제목[조한경 컬럼]-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를 대하는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의 태도를 보며2023-02-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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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경영은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다.

-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를 대하는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의 태도를 보며

 

조한경 민주노총 전국일반노조 원주시설관리공단지회 지회장 gramgrae@hanmail.net

 

 

원주시시설관리공단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은 2020년 업무를 개시하였다. 원주시 출자출연기관으로 지방공기업법 및 원주시 조례에 근거하여 설립된 지방공기업이다. 공공시설물의 더 촘촘하고 효율적인 관리와 시민 복리 증진을 목적으로 상정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체육시설관리근로자복지회관 관리추모공원간현관광지 관리공영버스와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운행가로청소 및 종량제 봉투 판매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전국의 지방공기업들이 다 그렇겠지만 시민의 복리 증진과 공공성 강화가 존재 근거일 것이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 인권경영 선언문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은 2020년 업무를 개시하였고, 20215월에 인권경영 선언문을 임직원 일동 명의로 발표한다. 선언문의 전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는 시민 삶의 가치향상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복 공기업으로서, 공단의 모든 경영 활동 과정에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권경영으로 차별 없는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공단의 모든 경영 활동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향상을 지향하고자 임직원이 준수해야 할 올바른 행동과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세계인권선언 등 주요 인권 관련 규범을 존중하고 실천한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의 인권 경영선언문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인종성별종교나이출신지학력정치적 견해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인권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일터에서부터 실천하겠다는 임직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원주시시설관리공단 노동자들

 

체육사업부 A.

원주시시설관리공단에 20206월에 입사 지원하고 근무를 시작한 A씨는 민간기업에서 22년간 안전관리업무를 맡은 직원이었다. 그가 공단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을 때는 호봉 및 경력기준에 대한 공단의 규정이 없었다. 그는 입사 후 원주시시설관리공단에서는 100인 미만 민간기업에서 근무한 경력과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무 기간은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시환경부 B.

그는 원주시시설관리공단 기간제로 간현관광지에서 근무하였다. 그의 근무 년수는 16개월이다. 그는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의 공개채용에 응시하여 합격한다. 그러나 그가 원주시시설관리공단에서 기간제로 일했던 근무기간은 경력으로 인정 받지 못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도시환경부 C

그는 원주시시설관리공단에서 종량제 봉투를 거래처에 배달하는 일을 한다. 그는 원주시시설관리공단 이전서부터 그 업무를 담당해 왔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에서 기간제로 일을 하다가 일반직 공개 채용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였다. 그러나 그는 민간기업에서 종량제 운반했던 경력과 원주시시설관리공단 기간제 경력 모두를 인정받지 못했다.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린다.

피 진정인에게, 비정규직 경력과 100인 미만 민간사업장의 유사 경력이 일률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진정인의 입사 전 공공기관 비정규직 경력과 민간 경력을 재심의할 것을 권고합니다.”

그러나 공단은 이를 거부하고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VS 원주시시설관리공단 경영진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시정 권고 이후 공단에서는 작은 기대감이 있었다.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경력을 인정 받을 수 있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공단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면 여기서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의 판단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을 살펴보자.

원주시시설관리공단

국가인권위원회

비정규직의 경우 사회적 신분으로 보기 어렵다는 서울고등법원의 선고내용과 정규직 비정규직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 아님을 고려할 때 차별을 논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고용과 관련하여서는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해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를 사회적 신분으로 보면서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 근로자의 지위는 그러한 고용형태가 존속하는 이상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와 무관하게 그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신분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단의 보수 규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공단의 경영권이라는 점, 공단 직원의 임금에 관한 사항은 사적자치의 영역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단의 보수규정에 따른 경력산정 기준은 평등권 침해가 아니다.

헌법 제111항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ㅎ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및 가목에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회적 신분 등 19가지 차별사유 및 기타사유를 이유로 고용영역(임금)에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기간제근로자 등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비교하여 임용경로의 차이가 있고, 수행하는 업무 및 그에 따른 보수체계가 다르며,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책임의 차이가 있는 등 업무의 전문성, 난이도, 권한과 책임 등의 차이를 고려할 때 정규직과 같게 볼수 없다.

경력 인정 제도는 입사 전 경력의 근무형태, 업무 분야,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해당 경력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보수에 반영하는 것으로, 근로자의 과거 경력이 현재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경력에 대한 분석없이 단지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고용형태라는 형식적 요소에 의하여 경력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직원 채용시에 과거 민간 근무경력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지 여부는 인사권자의 재량에 속하고 공단의 규모가 300 내외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의 난이도 등에서 민간 업체 근무경력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고 이를 무제한으로 확대할 수 없다.

현재 수행업무 내용이나 개인의 경험과 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장의 규모(종업원의 수)를 기준으로 퇴직 당시 상근직원 100명 이상의 법인에서의 근무경력은 50%를 인정해 주면서 그 미만의 법인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은 경력인정 취지에 비추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호봉 획정에 있어서 종전의 경력을 인정하는 경력환산 조항은 당해 경력을 가진 사람에 대하여 일종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광범위한 자유가 인정되어야 하며, 평등심사에 있어 완화된 심사기준인 자의금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차별판단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합리성 기준을 적용할 때,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없이 비정규직 경력이나 100인 미만 민간사업장 근무경력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행위의 합리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가증스러운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의 인권경영 선언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의 인권경영선언문과 보여주는 행보는 많이 다르다. 모든 구성원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고 차별과 배제가 없어지지 않는 한 보편적 인권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회적 신분으로 보지 않고, 합리성 뒤에 숨어 차별을 공고화하고 무너뜨려서는 안될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인권의 실현은 요원할 것이다.

비단, 경력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은 기간제 차별로 인해 강원지방노동위의 차별 시정 판정을 받았다. 기간제 노동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라고 했다. 또한 차별적 처우의 근거가 된 보수규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인사규정의 규정을 개선하라 판정했다. 그러나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은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상황이다.

 

 

불편한 평등, 보이지 않는 차별.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의 인권경영 선언문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아야 하는 인간은 특별한 존재들인가? 평등하지 못하다는 제기를 하고 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는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왜 그들은 불평등하고 차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 인권경영의 시작 아닐까?

원주시시설관리공단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평등이 불편하다. 차별이 존재해야 가치 있어 보이는 경쟁이 있다. 그리하여 여전히 보이지 않는, 보려 하지 않는 차별이 있다.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해 자신의 권력, 경영권과 인사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인권은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과 맞서 싸우는 이들도 있다. 차별과 배제에 맞서고, 갈등과 경쟁에서 벗어나 협동과 공생을 원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은 지금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 남은 숙제.

전국의 대부분의 공기업에서는 인권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내용면에서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중시하고, 차별하지 않으며, 강제노동을 하지 않으며, 지역주민의 인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직장 내 괴롭힘 및 갑질 행위를 근절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그런 인권경영이 실현되고 있는지는 알수 없는 일이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의 사례처럼 불평등과 차별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치도 개선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인권경영이 공단 경영평가 점수에 반영되는 사항이기에 형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지 꼼꼼히 조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권고하고 제기하는 문제들이 개선되고 현실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올바른 판정을 내린다고 해도 변화는 녹록치 않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공신력을 높이고 판정이 현실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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