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윤금옥칼럼]특정고 중심 교육제도는 인재 육성이 아니다.2017-12-01 18:19
작성자 Level 10

■강원도민일보 이상영 전지사글에 대한 반박기고문

글로벌 시대에 특정고 중심 교육제도는 강원도 인재 육성이 아니다.

    윤금옥 전국참교육학부모회원주지부 지부장/ 원주시민연대 회원

‘향토인재육성’은 강원도사람 누구나 절실히 느끼는 절박한 문제이다.
제 고장출신이 사회적으로 크게 되어 지역발전에 앞장서며 나라의 동량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굳이 책임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아도 누구나 가지는 희망이다.더구나 강원도처럼 정치·경제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뒤처져 있다고 여겨지는 지역은 지역인재 육성이 더욱 무겁게 다가 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강원도에서도 인재육성을 위해 자치단체나 민간장학재단 등이 지역 내 다양한 자원을 투입하면서 나서고 있는 것 이다. 따라서 지난 2월 23일 지면에서 우리 강원도의 어른 가운데 한분이신 이상룡 전도지사께서 재직시절 각별하게 ‘향토인재육성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자신의 치적을 새삼 일깨워준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인재육성을 위해 다양한 기금을 늘리고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강원도 인사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도정과 연계하는 등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아이디어를 가지고 ‘2000년대 제일 강원’을 위한 인재 양성에 노력을 기울인 것은 그의 보람이라 할만하다. 그리고 1990년, “향토인재 육성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춘천·원주 지역에 대한 ”고교평준화를 깬 것“이 전국 16개 시·도에서 ‘도지사가 주도한 유일한 비평준화’ 정책결정이라는 대목에서는 비장한 결의까지 느껴진다.

사실, 경제발전수준이 낮고 소수 엘리트가 정보와 의사결정을 독점하던 권위주의 시대에는 한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스템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수많은 저발전 국가의 현실이나 우리 역사를 보아도 인재육성 과정에서 이러한 점은 일면적인 타당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있고 탈산업화 지식정보시대가 도래한 현실에 맞는 인재육성방식은 이와는 확연히 다르다.

비평준화는 춘천·원주·강릉지역의 특정 인문계 고등학교 중심으로 학교서열을 정함으로써 군 지역 인재가 빠져나가면서 인재의 고른 양성을 어렵게 하여 지역균형발전의 토대를 허물고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입시에 내몰린 아이들이 전인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해 반쪽짜리 지식암기 기계가 되어 창의적 지식이 원천경쟁력이 되는 탈 산업화시대에 뒤쳐지는 인재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다른 한편, 학부모들이 느끼는 사교육비 부담은 평준화 시행 지역보다 서너배까지 이르고 있다.또한 비평준화를 시행 하고 있는 지금 강원도 학력 수준은 16개 시·도 가운데 14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비평준화 지역과 평준화 지역의 학력성취도를 비교한 여러 객관적인 자료는 평준화 지역의 학력이 오히려 비평준화 지역보다 높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평준화가 학력 하향의 원인이 아닌 것이다.  
이상룡 전지사가 활동하던 시대처럼 제한된 자원을 소수세력이 독점적으로 집중해서 성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던 시절에는 비평준화가 좋은 교육제도 중 하나 일 수 있었겠지만, 창조적 지식이 신산업동력이 되며 지식과 정보가 쌍방향으로 소통되고 환류되어 새로운 수준의 지식으로 발전하는 시대에는 ‘남과 함께 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이 중요 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교 평준화’에서 더 나아가 점수따기위주의 낡은 교육을 해소하고 협동능력과 창조성을 키우는 개방교육으로 전환해야 이른바 ‘글로벌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것이다. 평범한 도민들은 서울에 있는 ‘일류대’에 진학한 춘천·원주·강릉지역의 특정고교 출신들이 평소에 중앙정치권이나 관계에서 고향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알기 쉽지 않다. 그저 선거 때나 돼야 화려한 학벌과 경력을 자랑하면서 도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그들을 목격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향토인재’가 꼭 그들 뿐 이라고 할 이유는 없다.오히려 ‘향토인재’는 지역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일류대’ 출신이라도 지역을 그저 ‘표밭’으로만 여긴다면 향토인재라 하기 어렵다.

글로벌 시대에도 잘사는 지역을 지역의 힘으로 일군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이나 스페인 바스크의 몬드라곤 등을 보면 지역이 향토인재를 어떻게 키우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지역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자원을 소중하게 여기는 인재를 육성하며, 지역산업과 연계아래 경제활동기반을 가지도록 하고 다양한 지역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지역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향토인재육성이 지역발전을 좌우한다는 이상룡전지사의 소신은 시대 변천과 관계없이 중요하다.그러나 향토인재를 키우는 방식은 시대조건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교 평준화를 깨”서 향토인재 육성 기반을 확충했다는 그의 소신은 변화된 인재육성조건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과거 방식을 고수하는 기득권 옹호로 비칠 수 있다.

더구나 그의 설명 데로 국가정책으로 도입된 평준화 제도를 밀실에서 몇몇 고위 정책결정권자가 뒤집은 뒤, 중앙정부에 전체 도민의 의견인 것처럼 전달하여 무산 시켰다면 사익을 위해 공익을 해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이렇게 되면 ‘향토인재육성’ 방식은 일부지역의 특정 인문계 고등학교를 위주로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나라의 장관까지 지낸 분이 과연 ‘향토인재육성’을 애교심과 맞바꾸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 글로벌 시대에 “내가 고교 평준화를 깬 장본인”이라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그의 고백 앞에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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