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논평]다행이지만 우려되는 KBS 이사회 합의2017-12-01 14:25
작성자 Level 10

[논평]
다행이지만 우려되는 KBS 이사회 합의

여야 이사 4인이 일방적으로 상정한 수신료 인상안을 철회하고 광역시 공청회 진행, 이사회 합의를 통한 인상안 결정 등을 합의했다. 근래 여야 이사 4인이 수차례 회동을 통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고, 올해 정기국회(9-12월)에서 인상안을 처리하기로 한 발씩 양보하면서 이루어졌다.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기로 한 것은 정당하고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지금까지 수신료 인상안 추진은 폭력적으로 이뤄졌다. BCG 컨설팅 결정은 이사장의 지시로 김인규 사장이 집행했고, 24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KBS는 이를 근거로 세 개의 인상안을 놓고 형평성도 갖추지 않은 공청회를 개최했고, 여당 추천이사들은 이 중 두 개의 안을 일방적으로 안건으로 상정하기까지 하였다. KBS와 이사회는 올해 내내 소모적인 공방으로 국민과 시민사회를 피곤과 짜증에 시달리게 하였다. 어떻게 하면 공영방송의 위상을 강화하고 민주적 운영이 되도록 할지를 고민해도 모자랄 형편에, 수신료 인상을 종편의 광고시장과 결부시키는 어둠의 세력에게 놀아났던 지난 시간이었다. 이사회는 원점 논의 입장 표방에 앞서 그간의 과정에 대해 진정한 대국민사과부터 하는 것이 공영방송 발전의 민주적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도리이다. 

수신료 인상의 연내 국회 의결 시한을 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수신료 문제를 처음부터 논의하기로 한 마당에 시한을 정한 것은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다. 수신료 인상은 지난 과정에서 확인했듯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상의 조건과 전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가 여간 만만치 않는데 시한을 정해 놓으면 막바지에 이르러 또다시 분쟁과 혼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9-12월 정기국회에 올리겠다는 것은 8월 안에 이사회 심의.의결을 하겠다는 말인데, 앞으로 한 달 만에 어떻게 설득력 있는 인상안을 합의할 수 있다는 건지 의문스럽다. 결국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의 근거와 전제의 충분한 동의를 확보하지 못한 채 인상액수의 폭을 놓고 씨름하다 물가연동제를 고려한 적정 액수를 심의.의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같은 맥락이라면 여야 이사들의 이번 합의 역시 기만이라는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수신료 인상안 논의와 심의.의결을 여야 추천이사의 합의하에 처리하기로 한 점은 적극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야 추천이사의 합의 처리가 공영방송 당사자와 시민사회, 정치권 등의 사회적 합의를 의미하는 한, 이는 시민사회가 줄곧 견지해온 입장이자 요구이기도 하다. 시민사회는 수신료 인상에 원천적으로 반대한 적이 없다. 종편의 광고시장과 연동한 인상이 아니라 공적 서비스 강화라는 대전제를 분명히 하고, 제작자율성 보장 및 시민사회의 참여와 민주적 운영, 회계의 투명성, 난시청 해소 및 무료보편적 서비스 강화 등의 구체적 계획이 확인되면 된다. 아울러 정치적 독립성 및 수신료 산정 및 관리감독을 위한 기구의 설립 등 제도 개혁 과제도 일정에 올리면 된다. 

기왕에 이사회가 소모적인 공방을 중단하고 부산 공청회에 이어 광주, 대전, 대구, 서울에서 공청회를 갖기로 했으니 허심탄회한 대국민 토론을 이끌어주길 바란다. 시민사회는 이사회가 공영방송의 발전을 위한 설득력있는 수신료 인상 논의를 전개하는지 여부를 자세히 지켜볼 것이다. 

2010년 7월 28일 
원주시민연대/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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