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성명서]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시민사회 평화선언2022-05-20 16:57
작성자 Level 10
한미 정상회담에 즈음한 종교·시민사회 평화선언 

윤석열-바이든 정부 한미 정상회담이 내일(5월 21일) 개최됩니다. 

취임 후 역대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종교·시민사회의 우려는 큽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세계 질서가 급격히 신냉전으로 빠져드는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에 진행되는 회담이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서 남북, 북미 합의 이행이 중단되고 경쟁적인 신형 무기 개발이 이어지며 군사적 긴장도 높아진 가운데, 세계는 코로나 감염병 위기, 기후 위기와 함께 공급망 위기, 핵과 무기 증강까지 동반하는 진영 대결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나토 정상회의’에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한국을 초청했습니다. 미국 주도 나토와 러시아의 대결이 더욱 확장되는 양상입니다. 미국이 세계 최대 해상훈련인 ‘2022 림팩훈련’에 대만을 초청한 것이나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하는 것도 미중 전략 경쟁이 대결과 갈등을 격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줍니다.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처한 내외 환경은 이처럼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취임 전부터 ‘한미동맹이 외교의 중심축’이라며, ‘한미동맹 강화’를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략자산 전개를 비롯한 한미간 확장억제 강화를 공언했는가 하면, 실질적 구상도 없이 한일관계 개선을 국정과제로 내걸어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남북, 북미가 합의해온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주적’, ‘선(先) 비핵화’ 등 대결 시대로 회귀한 것이나 다름없는 적대정책을 남북관계의 선결과제로 앞세움으로써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대북 강경 기조를 합의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이라는 명분 아래 한국이 대중국 견제의 한 축으로 서게 된다면 한반도 평화는 더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우리 국민의 바람을 담아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첫째, 한반도에 새로운 냉전 대결을 불러올 편향 외교가 아니라 균형 잡힌 평화 외교가 필요합니다. 미국 중심의 배타적인 군사동맹에 전적으로 편승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한반도가 대중국 견제의 최전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합니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 또한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 부활을 용인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선택입니다. 주변국과의 협력은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 동아시아의 평화, 공존을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미국의 패권 이익을 앞세워 한반도 평화, 통일 미래를 희생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높아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전략자산 전개, 한미연합군사연습 확대 등 위기를 부를 대북 강경 정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한미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핵무기 탑재도 가능한 미군 전략자산 전개, 한미연합군사연습 실기동 훈련 등을 강행한다면, 군사적 긴장을 더욱 높여 한반도를 남북, 북미 합의 이전의 위기 상황으로 되돌리고 한반도의 핵 위협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합의 당사국들은 긴장을 불러올 역내의 모든 군사 행위를 중단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셋째, 남북, 북미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제재와 압박으로 평화를 얻을 수 없습니다. 2018년 남북과 북미는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과 신뢰 구축을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과 비핵화’라는 큰 방향에 합의했으며, 지금도 출발선은 여전히 관계 개선과 신뢰 구축에 있어야 합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북미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밝히는 것에서부터 신뢰 구축을 위한 행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는 전쟁과 대결을 끝내고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만들어가기를 희망합니다. 

세계사적인 질서의 전환이 시작되는 지금, 한반도 정전체제를 끝내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남·북·미·중 등 당사국 간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는 일이며, 냉전의 마지막 열섬 한반도에서부터 신냉전이 아니라 진정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계질서를 만드는 일입니다. 윤석열-바이든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우리 국민의 바람대로 평화를 위한 걸음을 내딛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2022년 5월 20일 
종교·시민사회 평화선언 참가단체 (총 15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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