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최철영 칼럼] 이주노동자 차별에 대하여2023-02-09 10:38
작성자 Level 10

이주노동자 차별에 대하여 


최철영 ()함께하는 공동체 대표 youup1004@daum.net

 

차별금지에 대한 당연한 논의가 한 걸음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아니 오히려 퇴행에 가까운 참담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차별을 언급하는 것이 얼마나 유의미한 제도개선과 인권보장을 담보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 체류외국인의 절대 다수가 이주노동자라는 현실은 그들의 삶의 정황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를 요구하고 있다. 인구 절대감소를 현실로 맞이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은 앞으로 더 많은 이주노동자를 요구할 것이며, 차별과 배제의 틀에서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주노동자와 한국사회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이주노동자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고용허가제의 차별적 요소와 펜데믹의 기간에도 여지없이 드러난 이주노동자 차별의 일상을 살펴봄으로서 오히려 차별금지 논의의 시작과 진전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고용허가제가 전하는 차별적 요소

산업연수생제도를 거쳐 이주노동자를 사용하는 주된 제도로 자리 잡은 고용허가제는 외국국적 동포들을 사용하는 방문허가제와 더불어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는 대표적인 이주노동자 채용 방법이다. 2004년에 시작하여 꽤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를 조장하는 차별적 요소들로 인해 제도개선과 대체제도의 요청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고용허가제의 대표적인 차별적 요소는 사업장 변경 제한이다. 2007년과 2022년에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3년간 3회의 횟수 제한도 문제이지만 사업장 변경이 원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보다 문제이며 이는 직업선택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송출 국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하여는 매우 제한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할지라도 구조적인 차별의 문제는 시정해야 한다. 결국 대대적인 보완 내지는 대체하는 제도의 수립으로 갈수록 증가할 이주노동자 유입에 대비해야 한다.

 

COVID-19, 대유행과 차별

코로나 전 지구적 확산과 같은 사회적 대홍수의 시기에는 주목할 만한 양태가 있는데 그것은 수면 아래로 감추어져있던 사회적 문제들이 떠올라 공개적이 된다. 또 다른 현상은 위기가 증가될수록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이 더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두 가지 현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으며 서로에게 자극을 주어 가속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홍수가 나면 저지대부터 잠기고 피해가 큰 것처럼 사회적 홍수의 시기에도 약자, 소수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고 그 결과도 회복불능이 되는 이유이다. 지난 3년여의 펜데믹 과정에서 다양한 피해와 상처가 우리 사회 전반을 휩쓴 것을 부정할 수 없으나, 그 중에서도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이 더 가혹한 처지에 놓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중 이주노동자들이 이 시기에 어떤 차별과 편견에 노출되었는지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확인해보려 한다.

 

사례1

강원도와 원주는 물론이려니와 대한민국은 펜데믹의 엄중한 와중에도 전면적인 통제와 봉쇄를 시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초 코로나 발발 초기 지역의 이주노동자들에게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던 중 공장 내부로 들어갈 수도 이주노동자들이 외부로 나갈 수도 없도록 통제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비록 몇 달에 거친 통제와 봉쇄였지만 한국인 노동자는 출입이 가능하고 외국인 노동자는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인권침해이다.

사회적 편견은 이주노동자는 방역에 취약하고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바이러스를 더 잘 옮긴다는 쪽으로 굳어진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통제에 따른 반발이 적은 약자와 소수자들을 희생양 삼은 것이다.

 

사례2

2020년 원주시 주최의 민관합동 코로나 대응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이로부터 충격적인 언사를 접했다. 개인적으로 방문한 식당에서 이주노동자를 확인하고 사용자에게 방역과 관련한 질문을 했더니, 사용자가 방역의 염려가 있어 이주노동자들을 식당 밖으로 퇴근시키지 않고 식당에서 숙식을 하며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의주재자는 방역 우수사례라고 회의 중 자랑을 하였지만 동의하지 못하고 방역 우수사례가 아니라 인권침해 사례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출퇴근하며 일하는 것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일이면 식당에 오고가는 모든 이들도 역시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바이러스는 피부색과 사용하는 언어, 출신지 등을 가리지 않는다.

 

사례3

다른 나라에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대한민국도 정부나 광역정부, 지자체 차원에서의 지원금이 지급되었다. 동일한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아픔을 함께 경험한 이주노동자들만 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일을 하며 세금을 낸 것도 동일하고 일이 줄어 수입이 줄어든 것도 동일한데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최근 원주시의 지원금 지급에서도 외국인일지라도 F계열의 비자를 소지한 이들은 지원금을 지급받은 반면에 E계열의 비자를 소지한 즉, 이주노동자들은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몇 푼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조장, 심화하는 지원금 정책이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하여 논의가 지지부진한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 혹은 이주민과 연관된 이슈들로 한정해 본다면, 우리 안에 여전히 너희가 감히라는 차별과 배제의 정신이 가득한 듯하다. 다른 것을 용납하기 어렵고 다른 존재가 나와 동일한 권리와 권한을 누리는 것은 더욱 참기 힘든 마음이 본질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을 하기 이전에 다르지 않음에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설령 다른 것이 있어도 옳고 그름의 다름이 아니라 선호와 취향의 차이임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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