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김진희칼럼]종이,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기록하다2017-12-01 18:11
작성자 Level 10

 종이,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기록하다

  김진희 원주시민연대 대표,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상임이사  chinhi@hanmail.net

  2010년은 한지문화제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행사가 원주에서 열리는 해이다. 직접 종이를 만들고 종이를 오브제로 하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는 200여명의 외국 작가들이 21회 IAPMA(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Hand Papermakers & Paper Artists, 국제수제종이제작자 및 종이조형작가협회)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원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2009년 호주 타스마니아 섬 버니라는 섬에서 20회 IAPMA 총회가 열렸다. 원주총회를 1년 앞두고 회원들의 참가를 독려하고 홍보할 수 있는 마지막 자리이다. 멜번을 거쳐 타스마니아 버니로 향하는 경비행기를 타는 아찔함까지. 6명이 긴 여정을 함께 시작했다. 

  밴드가 앞서고 참가자들이 흥겹게 그 뒤를 따르며 모두들 전시개막식이 열리는 Burnie Civic Center로 이동한다. 시작부터 사뭇 우리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Welcome' 전시실 매니저가 손님들을 웃으며 맞이한다. 와인과 샴페인 그리고 카나페. 거기에 멋진 작품들이 더해진 전시개막식은 어찌 보면 우리가 흉내 내기 어려운 풍경이다. 근데 난 그게 마냥 부럽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어 보인다. Burnie 시장도 참석해서 우리에게 인사를 청한다. 누구하나 시장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건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광경은 참가자 전체가 함께한 바비큐 파티에서도 어김없이 목격되는 광경이었다. Burnie에는 시장을 비롯해서 4명의 시의원이 있다고 한다. 선거는 2명씩 격년제로 치러지고, 시장은 의원들 중에서 호선으로 결정되는 구조라는 설명을 뒤늦게 들었다. 호주의 선거제도와 지방자치제도를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대목이다.

  IAPMA 임원진과 호주총회를 준비한 책임자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자리를 함께 했다. 최종 발표를 앞두고 2010년 총회 개최시기와 프로그램에 대한 협의를 하기 위한 자리였다. 우리가 준비한 금강산 방문이 쟁점이 되었다. ‘좋다. 위험하고 불안하다’ 등등... 한국의 역사를 참가자들이 이해해야 원주총회가 더 빛날 수 있다는 우리 생각을 그들에게 전달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들의 반응이 곧 참가자들의 반응일 수 있다는 부담감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창복 이사장님이 장문의 연설을 하셨다. 원주총회가 갖는 의미와 IAPMA가 지향해야 할 자유와 평화 그리고 남북이 긴장되어 있는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의 태도가 자못 진지하다. 모두들 숨죽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정말 진지하고 감명 깊은 연설이었다는 인사를 듣게 되었다. 김양진 교수가 설명한 2010년 IAPMA 원주총회 계획은 며칠 밤을 지새운 고통이 따랐지만, 참가자들의 반응은 원주에 꼭 가고 싶다는 인사와 그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에서 확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믿거나 말거나 숙소와 행사장을 오고 가는 것 외에 가게 한번 들어가 보지 못한 빡빡한 일정이었다.

  원주시와 공동으로 준비하게 될 2010년 총회는 어느 총회보다도 내용이 알차고 개최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총회로 기억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10년 전 자원봉사자를 믿고 겁 없이 시작된 한지문화제처럼, 내년 총회도 시민들의 지지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원주에서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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