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황경재 칼럼] 민주주의의 위협2020-04-13 10:22
작성자 Level 10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지구촌 전체가 비상이다. 증시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고 316일 자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75%로 낮췄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무급휴직으로 인해 급여를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태롭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치사율 1%에 미치지 못하는 바이러스 하나에 나라가 휘청거린다. 위기다.

 

요즘 같은 시기 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로서 갈 곳도, 할 것도 많지 않아 마스크를 쓰고 아이들과 혁신도시 수변공원 산책로를 오다니는 것이 할 수 있는 야외활동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처럼 아이들과 산책을 하다가 리모델링을 하는 작은 건물이 있어 눈길을 주었더니 우리공화당 사무실을 개보수하는 작업장이 아닌가. 그 앞 현수막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 국민이 먼저다.”라는 문구가 당당하게 쓰여있다.

 

위기의 상황을 이용하는 무리가 있다. 위기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안과 초조 나아가 공포를 생산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불안한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무슬림과 아프리카 출신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자국민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마린 르펜, 남부 이탈리아의 낮은 경제력이 이탈리아에 도움이 안 된다며 북부 이탈리아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오성연합, 인종차별을 대놓고 주장하는 진정한 핀란드인당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특정 세력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지지를 규합하는 방식이 통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말해준다. 위기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특정 세력에게 전가함으로써 아주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세력들은 민주주의의 큰 위협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두렵다고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약한 마음을 파고들어 갈등의 싹을 심어 놓는 행동만큼 두려운 것은 아니다.

 

국민이 먼저라는 말은 어찌 보면 참 좋게 들린다. 근데 조금만 더 생각하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진정한 핀란드인당, 마린 르펜, 오성연합과 다르지 않다. 자국이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트럼프의 발언과도 맥락이 유사하다. 국민을 위한다는 말은 다른 집단을 상대적으로 소외시키고, 대상화한다. 나아가 적대시하게 만든다. 국민이 먼저라는 말로 다른 집단을 혐오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그래서 옳지 않다. 만약 우리공화당이 진정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고수하는 정당이라면 국민이 먼저라는 말 대신 사람이 먼저라는 현수막을 이제라도 거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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