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덕수칼럼]대표직을 수락하면서2017-12-01 18:25
작성자 Level 10

  1994년 만32세에 엉겹결에 처음으로 대학교 전임교수가 된 직후에 참가한 전국신임교수 워크숍은 대학교수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습하는 대학교수 오리엔테이션같은 것이었다. 꼬박 4일간 숙박교육으로 진행된 그 워크숍에서 대학교수가 해야 할 역할이 3가지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들었었다. 첫째는 교육, 둘째는 연구, 셋째는 사회적 봉사였다. 교육과 연구는 당연한 것이지만 사회적 봉사라는 얘긴 좀 의아했었던 것 같다. 그동안 배운 지식과 경험들을 지역사회에 돌려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었다.

  1998년 원주로 이사오면서 어떻게 사회봉사를 해야 하나 하고 망설이다가 원주시민연대의 전신인 참여자치시민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선 게 오늘의 인연이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김진희 이선경 김수정 오미선 네 분의 당찬 워킹우먼들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회원가입하러 왔다는 나를 동물원 원숭이 쳐다보듯 빤히 바라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회원이 되어 달라고 몇 번을 권유해야 마지못해 회원가입해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불구하고 얼굴 새까만 농사꾼같이 생긴 대학교수가 회원이 되겠다고 제 발로 걸어 들어왔으니 의아해할 수 밖에 없었으리니...

  그 이후 지난 13년여동안 내게 주어진 작은 일들을 묵묵히 해오곤 했었는데 이번 정기총회를 통해 공동대표직이라는 중책을 고심 끝에 맡게 되었다. 그동안 단체를 이끌어 오신 분들의 헌신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하여 많이 망설이긴 했지만 일정부분 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과 내게 주어진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결국엔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민주정부 10년을 지나오면서 사회적인 패러다임에 커다란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MB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주의가 많이 후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아마도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는 계속해서 앞으로 굴러가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그동안 전임대표들이 권위에 맞서 싸우고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각고의 투쟁을 했다라고 한다면, 이제는 또 다른 측면에서의 시민운동을 새롭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북문제와 진보-보수, 남남갈등, 빈부격차, 다문화사회 등 국가적 사회적 문제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긴 하지만 이제는 성숙한 시민들의 역량에 맡겨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나는 우리 시민연대가 좀 더 다양한 스킨쉽 활동을 통해 친밀감을 다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회비만 내고는 모든 현안들을 실무자들에게 맡겨놓고 지켜보는 그런 단체가 아니라 모두가 참여해서 서로 얼굴 맞대고 노력하는 단체였으면 참 좋겠다. 발 빠른 신속한 결정보다는 한 템포 늦더라도 모두 다 같이 손잡고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촛불집회나 정치적인 장소에서만 얼굴보는 것이 아니라 주말농장이나 등산, 여행, 그리고 공부하는 모임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기투합하고 소통하는 단체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혹시라도 주객이 전도되어 정작 우리가 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면 절대 안되겠지만 이러한 일련의 회원간 스킨쉽이 강화된다면 우리의 힘은 더욱 더 강화되고 배가될 것으로 확신한다. 회원 모두가 다 사무직원이고 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우리 단체이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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