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전영철칼럼]한지산업을 통한 농촌 활성화2017-12-01 18:24
작성자 Level 10


 

  전영철 교수 상지영서대 관광학과 

한지는 닥나무 껍질로 만드는 우리의 전통 종이를 말한다. 질기다는 비단도 오백년밖에 생명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한지는 천년 세월에도 끄떡없다. 글과 그림을 위한 용도에 한정됐던 종이가 현대에 들어와 다양한 가능성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명함과 벽지, 은은한 불빛을 내뿜는 한지 조명을 비롯한 팬시상품, 전자파 차단용품, 화장품 등 여러 가능성이 탐색되고 있다. 한지를 실처럼 얇게 꼬아 옷감으로 만들고 다시 이 한지 옷감으로 만든 양복과 웨딩드레스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 한지가 있다면 일본에는 화지(和紙)가 있는데 산업화에 밀려났던 화지를 다양하게 복원하고 있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닥나무를 재배하고 있는 일본의 농촌은 화지체험 등으로 도시민을 끌어들이고 있다. 화지가 관광자원으로 변모한 것이다.

20여년 전 일본에서 처음으로 ‘화지(和紙)마을’을 조성한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히가시시치부에는 지금도 해마다 20여만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가고 있다. 20년 전 지역 개발 주제를 화지로 정한 것이 성공한 것이다.

나고야 인근 오바라촌 ‘화지의 고향’도 지역 출신 화지 작가들이 30여개의 개인공방 촌락을 이뤄 가족단위 방문객들을 끌어들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후쿠이 에치젠시의 ‘화지테마파크마을’은 한반도에서 건너가 종이기술을 건네준 사람을 기려 축제를 열고 지역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등 일본 곳곳에는 화지 체험공간과 박물관이 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종이 한장 한장마다 디자인 감각을 가미, 한장에 몇백만원씩 하는 고부가가치의 문화상품으로 유럽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우리도 문화관광부를 중심으로 ‘한(韓) 스타일’ 사업 등을 통해 한지를 육성하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종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결은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덕에 겨울 추위와 여름 무더위를 이겨낸 닥나무의 껍질에 있다. 그 닥나무가 자라는 곳은 바로 우리의 농촌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와 인쇄 문화의 밑바탕을 이룬 우리의 전통 한지를 직접 만들어보고 즐기는 것은 그 자체가 고도의 문화활동이다. 한지산업을 활성화하는 것과 농촌을 살리는 길이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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