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곽노현칼럼]민주주의와 공교육, 인권을 말하다2017-12-01 18:36
작성자 Level 10

곽노현 전 교육감 초청강연회 후기 - 「민주주의와  공교육, 인권을 말하다」 

지난달 24일 원주시민연대 3층 강연장 연단 위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활짝 웃고 있었다. 7시에 시작된 강연은 꼬박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질의·응답 시간까지 포함하면 두 시간 반, 미소만큼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 퍼진 내내 강연장은 깊은 몰입과 경청으로 조용했다. 

민주주의와 공교육 그리고 인권을 말하다는 주제로 교육에 대한 현실 진단에서 시작해 현 공교육의 위상과 공교육이 나아갈 방향으로서 혁신학교에 대한 소개로 강연은 구성되었다.
  
학교 붕괴와 사회 붕괴, 미래 붕괴를 향해 질주하는 현 교육 행태에 대한 지적, 법학자로 민주 사회 기반 조성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온 일환으로서 교육감이 되어 정립해 제시하는 교육 철학, 아이들과 국가의 건실한 미래 설계를 위해 혁신 학교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제창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 
  
- 아이들은 가장 빛나는 청춘기에 무기력하게 학교에서 시간을 때운다. 

- 피사(국제학업성취도평가, OECD 가입 67개국을 대상으로 3년마다 만 15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언어와 수학과 국어를 동일 문제로 테스트하며 인성, 자기주도성, 행복감을 물음) 통계에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나라는 종합 1등. 우리 아이들이 1등인 이유는 선행학습 때문으로 국영수 외길로 매진한 결과이다. 학습의 재미는 꼴찌, 자기주도성과 자발성은 세계 최하위로 엄마 주도이다. 민주시민 의식을 질문하면 최상위이나 실천할 생각이 있느냐(민주 시민 준비 태세)는 질문은 최하위권. 삶이 행복한가, 협동 역량이 있는가는 지속적 꼴찌. 꼴찌 2등과도 현격한 차이가 나며 이는 대한민국 교육의 어두운 이면이며 상처뿐인 영광이다. 

  - 실력은 최고이나 인성(공감, 소통, 협동 능력)은 곪아터져 꼴찌며 ‘인성 없는 교육’은 간디의 7대 악 중 하나로 우리나라는 이미 끔찍한 미래를 예약 받은 상태이다. (7대 악은 나라가 망할 때 나타나는 징조로, 인성 없는 교육, 도덕성 없는 경제, 일하지 않는 일확천금, 원칙 없는 정치, 인간성과 인류애 없는 과학 기술, 양심 없는 쾌락, 희생 없는 신앙)

  - 공교육 혁신의 핵심은 관료적 방식을 민주적 방식으로 바꾸는 거다. 아이와 교사가 아프고 아픈 미래가 아픈 학교에서 잉태된다. 다가오는 미래를 바꾸어야 하는데 교사의 위상(교사를 존경하는가)을 묻는 답변에도 우리나라가 꼴찌로 가장 존경받지 못한다. 

- 전 세계가 공교육 혁신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으며 혁신 순서대로 미래, 사회, 개인 경쟁력이 정해진다.

  - 어떤 인류도 우리 같은 변화(민주화, 산업화, 세계화, 정보화, 노령화, 온난화)를 다 겪지 않았다. 자유와 창의, 형제애와 공동선으로 모든 격변을 활용해야 한다. 앞으로 이 격동의 시절을 제대로 살아낼 여부는 공교육 혁신에 달려 있다. 

- 지금 아이들은 완벽한 신인류이다. 뼛속까지 자유, 풍요, 디지털 세대로 각종 기존의 의식구조와 결별을 요구한다. 

- 보수든 진보든 시대 상황을 읽어야 하고 바꿔야 한다. 그래야 아이와 교사와 미래가 살아난다. 공교육 혁신은 앞의 6가지 변화에 직면해 그만큼 절박하며 강도 높게 추진되어야 한다. 

  - 공교육을 공교육답게 만들려면, 누구든 소외받지 않아야 한다. 모두를 위한 공교육이 되어야 하며 특히 약자를 위한 공교육이어야 한다. 가장 약한 이에게 가장 우선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것은 공동체의 부를 높인다. 가장 약한 이의 몸값을 올려주므로. 

  - 학교를 학교답게 만들어야 한다. 가고 싶고, 안전한, 주말과 방학이 싫어지는 학교. 천 갈래 재능을 계발, 발휘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 학교는 위기에 있는 아이들(학습 부진, 행동 일탈, 가정 해체, 장애)을 먼저 돌보아야 한다. 좋은 학교는 행복 인프라가 구축된 학교이다. 영양 교사, 상담 교사, 특수 교사, 사서 교사, 체육 교사, 음악 교사, 기술 교사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행복의 필수 조건인 음미체에 더 투자해야 하는데 행복 기술을 길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영수는 고통 인프라다. 

- 교육부의 교무행정과 공문 위주의 관료적 작동 방식을 바꿔야 한다. 교사 각각이 살아있는, 책임 있는 교육 기관이 되어야 한다. 교사는 동료애를 발휘하고 높은 직업 윤리를 가지며 전문적 지식노동자로 거듭나야 한다. 

  - 혁신학교는 공교육다운 공교육, 학교다운 학교이다. 교육 개혁은 학교 혁신이다. 교장과 교사,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관계를 재편하며 교육 본질에 맞게 작동 원리를 바꾸는 것이다. 

  -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표현과 토론교육에 역점을 둔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비폭력적 방법인 토론을 학습하며 공동선을 도출하게 된다.

  - 우리나라 교사들은 열정은 있으나 관료적 시스템에 순치되었다. 우리 사회의 모범생들이 시대의 모범생이 되게 해야 하는데, 이는 교육감이 해야 한다. 교사를 교육 주체로 각성하게 하며 교사들이 비폭력적 대화와 감정코칭을 지속적으로 받아 정신으로 체화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감이 지역 교육에 대해 직접 책임지는 제도로 시민적 권리이다. 

- 진보 교육감이 있는 곳에서는 학교 문화가 바뀐다. 수직적, 일방적 관계가 수평적, 참여적 관계로 바뀐다. 교사가 바뀌면 학교 문화가 바뀌고 교권이 살아난다. 

- 혁신학교에서는 어떤 사업으로도 바꾸지 못했던 교사 문화가 바뀌었고 학교 전체가 바뀌었다. 교사 〉 교장 〉 교육감으로 권력이 이동하게 되는 것은 혁명적 변화이다. 진보 교육감은 권력 관계를 바꾸는 것이다. 

  강연이 끝난 뒤 많은 사람들이 남아 기념 촬영을 하고 출판된 징검다리교육감 사인회도 가졌다. 지금은 직을 잃었지만 멀지 않은 날에 그가 교육부의 수장이 되어 우리나라 교육의 새 역사를 만들어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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