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박상우칼럼]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2017-12-01 18:31
작성자 Level 10

박성우 / 시인,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초췌한 얼굴이다. 눈에는 투명한 물방울이 아슬아슬 맺혀 있다. 가까스로 서 있는 유가족의 다리는 위태로워 보이나 손에는 호소문이 들려 있다. 섬세하게 떨리는 손이 조문객에 호소문을 내민다. 하고픈 말이 너무 많은 입은 차라리 마스크로 가렸다. 앙다문 입을 가린 흰 마스크가 흘러내리는 물을 빨아들인다. 콧잔등을 타고 흘러내린 물은 분명 피눈물이나, 핏기 없는 낯빛에서 나오는 물이기에 탁할 수조차 없다. "저희 아이를 보러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호소문을 받아든 사람들은 슬프고 분한 표정을 감추며 글썽인다. 몇몇은 애써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본다. 조문객들은 몇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지만 조문행렬은 점점 길어진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안쪽. 깜장 치마에 깜장 양말 깜장 구두 신고 조문 온 앞줄의 여자아이가 운다. 엄마 아빠 손 잡고 운다. 사내아이의 거침없는 울음소리도 두어줄 뒤쪽에서 보태진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합동분양소' 사이에 쓰인 '정부'라는 글씨는 같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리 유독 커 보이는 건지. 그 커 보이는 글자는 어쩜 이리도 초라하고 공허해 보이는지. 한숨을 내쉬다가 눈가를 손등으로 슬며시 닦는다.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들이 휴지조각이나 손수건으로 짠 물기를 훔치고 있다. '세월호'와 '정부'와 각자의 '나'를 오가는 분노와 무기력과 환멸, 층층이 올려 진 영정사진을 올려다보는 것도 머리 숙여 조문을 하는 것도 염치없고 미안하다.

가만히 있던 그들은

나라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책임지고 재난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해야 한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떤가. 유가족과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무기력한 대통령과 무능한 정부를 막연히 지켜봐야만 했다.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는 말을 굳이 청와대가 나서서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그걸 굳이 반복해서 강조하지 않아도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못 된다는 사실쯤은 인지하게 되었다.  

* 알림- 본 글은 창작과 비평 논평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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