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김진희칼럼]의원 해외연수, 의회가 나서서 개선해야 한다.2017-12-01 18:28
작성자 Level 10

의원 해외연수, 의회가 나서서 개선해야 한다.

김진희 도의원(전 원주시민연대 대표 chinhi@hanmail.net)

의원 해외연수를 둘러싼 논란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사전심의를 거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의원 해외연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언론에서는 연수를 빙자한 관광성 외유라고 비난한다. 시민단체는 알맹이 없는 해외연수가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해외연수는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보다도 '제대로 일도 하지 않으면서 관광이나 다닌다.'는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다음으로는 해외연수를 관광정도로 생각하는 의원들의 관성적인 태도 때문일 것이다. 혹여 반복되는 비난에 길들여져 위기만 넘기면 된다거나 으레 누려야 할 의원의 권리로 해외연수를 인식하고 있는 타성은 없었는지 스스로 뒤돌아 볼 일이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동안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었던 내가 정작 의원이 된 후 해외연수의 당사자로서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는 연수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행사가 짜주는 일정에 따라 연수의 목적을 꿰맞추는 관광일변도의 부실한 계획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형식적인 심의과정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연수 15일 전에 심의를 하는 것으로는 전문가나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요식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사전 연수 준비과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목적이 불분명하니 연수 준비를 위한 교육과 토론이 진행될 리 없다. 네 번째는 해외연수 결과보고의 부재와 부실 운영이다. 누구나가 여행 사이트를 뒤지는 손품만 팔아도 만들어 낼 수 있는 해외연수 보고서가 채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민들이 관광성 외유라며 해외연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길 바란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의회 차원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으로 도의회 5분 발언을 통해서 의원 해외연수의 개선방안을 제안하고 도의회의 의견을 구하고자 하였지만 오랜 관행을 깨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더 노력해야하는 과제가 또 내게 주어진 셈이다. 첫 술에 배부를 턱 없는 것일 뿐 아니라 의정활동을 하면서 나 또한 의원 해외연수에 대한 또 다른 대안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동안 의원 해외연수를 바라보면서 생산적이며 재미와 함께 유익한 공부도 될 수 있는 해외연수를 기대하며 몇 가지 개선방안을 기록해본다. 

  첫 번째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기관에 연수기획을 의뢰하는 방안이다. 2006년 강원도지역혁신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강원발전연구원이 기획하고 연구기관, 집행부, 의회, 시민단체가 함께 한 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다양한 인적 구성이 연수의 긴장을 더할 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에게 연수기획을 의뢰하는 것과 함께 다양한 인적자원의 참여를 통해 연수내용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검토해 볼 만할 것이다. 

두 번째로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고 의원들이 공동관심사에 따라 연수를 선택하도록 방식을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원과 연구단체로부터 연수계획을 공모 받거나 집행부와 공동으로 연수를 기획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년 단위 연수 방식도 주제와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도 함께 제안한다. 연수 주제가 관심사와 맞고 공부해보고 싶은 것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사비를 털어서라도 해외연수를 다녀올 의원들이 많지 않을까? 배낭매고 현장을 누비는 의원들...상상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머문다. 

세 번째는 강원도의회의원 국제교류 공무국외여행규칙 개정 등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규칙에 의하면 한 달 이내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의하고 최종 허가권자는 의장이 갖도록 되어 있다. 여행계획서가 충분히 검토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심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이미 여행사를 통해 일정을 확정하고 계약까지 완료한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심사를 의뢰하는 절차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사전심사를 통과했으니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의 우리 스스로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도 절대 필요한 조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후 보고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사후보고체계는 의원들 스스로 해외연수를 철저히 준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는 유익한 결과물을 도출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 결과물이 형식적이지 않고 강원도와 각 지역에 연관성을 갖도록 기획하고 정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결과물의 홈페이지 게제와 함께 의원들을 상대로 결과보고회를 개최한다면 직접 다녀오지 않아도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무엇보다 연수과정의 경험이 도정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있다면 해외연수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연수를 잘 활용하면 매우 유익한 의정활동이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해외연수 자체가 아니라 그 내용의 부실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니 내용을 충실하게 채우는 것부터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도의회가 먼저 나서서 과감히 개선해야 될 때가 되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은 문제로 오랫동안 의회 안에서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있는 의회가 나서서 스스로 개선과제를 실천하는 것이 남아 있다. 실천을 위한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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