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선경칼럼]1999 원주한지이야기2017-12-0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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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 원주한지이야기
                                
                          
이선경 대표, (사)한지개발원 이사, 원주한지문화제 기획단장 wjngo@hanmail.net


오월의 축제를 마치고, 닥풀로 쓰이는 황촉규 포토를 만들고 있습니다. 뿌리에서 나는 점액으로 한지를 만듭니다. 축제가 열리는 한지테마파크 정원의 닥나무에 붉은 닥꽃이 지면 새순이 돋아나고 늦가을이면 3미터씩 자란 닥나무가 종이가 되고, 또 봄에 가지가 자랍니다. 한지는 생명의 영속이오, 자연의 종이로 잘 보존하고 지켜야 할 우리고장의 문화유산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대대손손 물려주어야 할 전통 문화를 지키고 계승하고 확산하는 일입니다.        

축제는 지금까지 19년 동안 시민과 함께 손잡고 힘든 길을 달려왔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시민문화축제로 성장하였습니다. 오늘의 원주한지문화제를 낳은 계기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첫 민선시장이 선출되었고, 원주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원주출신의 최규하 전대통령 생가복원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였는데, 99년 4월 7일 새로 선출된 2기 민선시장의 최규하 생가복원 백지화 시장 담화문 발표까지 다양한 시민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이 운동을 전개하면서 4년간 철저한 읍면동 지역조사와 일제시대부터 지역에서 살아오신 70대 이상 407분의 찾아가는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것이 원주 호저면에서 유래한 원주한지였습니다. 원주한지는 일제시대부터 뿌리 내리고 지역에서 생존해 오신 분들의 한결같은 자랑이었고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향수와 안따까움의 대상이 되었으며, 불과 1984년까지도 단구동 선화아파트 일대 20여개의 한지공장이 산업화에 밀려 역시 운명처럼 사라진 것에 대한 슬픔이었습니다. 

한지문화의 재발견과 부흥을 통해 향토에 부를 가져 오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지방자치시대 문화향부론를 연구하고 토론하며, 우리가 축제를 할 수 있을까? 갑론을박과 만 3년의 준비 끝에 축제는 20세기 마지막인 1999년, 원주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한 고유한 문화유산, 韓紙를 가지고 세상을 바꾸고, 지구촌을 달궈 문화의 시대를 우리지방에서 준비하자는 모토로 축제는 첫걸음을 힘차게 내딛었습니다.

길을 내는 자는 흥하고 성내는 자는 망한다고 하였습니다. 시민이 만들어 가는 축제라 축제장소, 예산, 조직, 행정이 태부족하고 초창기 10여년 간 지자체와의 갈등, 무관심, 비협조로 인하여 참으로 힘들었지만 한지문화를 살려야겠다는 집념과 열정은 일꾼들로부터 축제자원봉사자에 나선 청소년까지 가슴에 새기고 뛰었습니다. 축제장에 영부인을 초청하였고 국가에 한지공예관을 지어 달라고 하여 성사시켰으며, 한지축제를 일년 365일 즐기는 한지테마파크 사업을 정부에 제안하고 유치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축제시작 10년만에 한지테마파크를 완공하여  2010년에는 세계의 종이조형작가총회인 iapma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러내 원주한지를 세계에 각인시켰고 한지테마파크를 학습관광의 명소로 위치시켰습니다. 

축제는 축제대로 호평을 받아 한류문화의 맹아에서 상징으로까지 성장하였습니다. 한류가 없던 2005년, 2006년 두 차례의 프랑스 파리한지문화제, 독일 본, EU의 스트라스브르그, 이태리 로마, 뉴욕, 오사카에 이어 올해 9월 중국에도 진출합니다. 

또한 한지테마파크를 거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태리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 프랑스 암베르트 리샤르드바 손종이 박물관, 일본 미노시 등 세계 3대 종이메카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였고 내년 20년엔 장인, 예술인, 종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원주 축제장을 찾아올 계획입니다.  
      
한지는 우리 민족문화의 정수이기도 합니다. 고려선지가 선보인 이번 축제는 남과 북이  한지로 만나고 교류하는 새로운 장도 열 계획입니다. 특히 2018 평창올림픽을 맞이하여 원주한지는 또 한번의 변신을 꿈꾸고 있습니다. 축제 20년, 내년이면 청년이 됩니다. 청년의 기상이 넘치는 축제로‘근자열 원자래 ([近者悅 遠者來)’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는 정신으로 내년 20년을 준비합니다. 축제를 통해 한지가 원주시민의 모두의 자랑이요, 자부심이 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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