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김용희칼럼]'식코’영화, 돈없으면 죽으란 말인가?2017-12-01 18:06
작성자 Level 10

이명박정부가 기도하는 의료보험제도 미리보다
‘식코’영화 의료보험에 얽힌 우리가 알아야 할 충격적 진실!
돈 없으면 죽으란 말! 병보다 더 무서운 치료비!’

            김용희 회원 한양대병원 노동조합 조합원 undidny280@hanmail.net

  전기톱에 손가락을 잘린 어느 아저씨는 봉합 수술에 드는 비용이 1억원 가까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결국 치료를 포기했다. 큰 교통사고를 당했던 한 여자는 앰블런스에 실려 병원에 갔다가 이송 비용을 고스란히 물어내야 했다. 보험회사에서 지불을 거절했기 때문인데, 이유는 사전고지를 안 했다는 것, 쓰러져서 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연락을 하냐며 분개해 보지만 보험회사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골수암으로 남편을 잃은 아내의 경우는 더 황당하다. 환자는 운 좋게 골수 기증자를 찾아냈지만 보험회사는 수술비 지급을 거절했다, 수술이 위험하다는 것. 결국 3주 만에 환자는 세상을 떠났다. 보험회사는 지독하리만치 침착라고 냉정하다. 수술을 했을 경우 혹시 나타날지 모르는 부작용과 합병증으로 고통을 당하느니, 차라리 며칠이 될지 모르지만 남은 여생을 ‘안전’하게 보내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 스물한 살 때 자궁경부암이 걸린 한 여성은 ‘젊은 여성을 자궁암에 걸릴 수 없다’는 보험 회사의 판단으로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의료보험제도가 사람들의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스스로 건강을 챙겨서 자립하는 것을 유도하겠다는 것인지 혼란스러워 보인다. 의료보험회사가 궁극적으로 걱정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이 아니라 회사의 수익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큐먼터리 영화《식코》는 마이클 무어가 다시 한 번 미국 사회에 독설을 퍼붓는 영화다.  민영화된 미국의 의료보험제도. 이것이 미국 사회의 실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인지, 특정 사례를 동원해 극단적인 주장을 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혼란스럽다. 마이클 무어는 9․11 테러 사건의 피해자들을 이끌고 관타나모 기지에서 그들의 치료를 요구하다가 거절당하자 결국 쿠바로 향한다.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인 미국인 환자들이 성지를 찾아가듯 비장하게 옮겨가는 장면은 감독의 정치적 주장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식코》는 의료의 ‘수준’이 아니라 치료 받을 수 있는 ‘기회’와 ‘비용’에 관한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의 영화는 비싼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의료보험제도의 무자비함을 부각하지만, 누군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만 기회나 비용을 조달 할 수 있다는 문제는 처음부터 논외로 놓는다. 

  가령 전 국민이 무료로 의료 혜택을 받는다면 개인 입장에서는 ‘무료’이겠지만 정부재정에서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의 세 부담이 높아지거나, 한정된 재원으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설과 기술, 이력의 저가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마이클 무어는 미국을 욕하며 쿠바로 달려간다. ‘정신 나간 소리’라는 험담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명심해야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프지 말라는 것.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치료를 받겠다는 기대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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