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김진희칼럼]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2017-12-01 18:10
작성자 Level 10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김진희 원주시민연대 대표 chinhi@hanmail.net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겁니까? 어떻게 만들어 온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봐야 하는 겁니까?’  ‘집시법과 언론법 만큼은 막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이 지긋한 우리 단체 회원이 전화로 항의하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아서인지 사무실로 오셔서 울분을 토하신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었다. ‘그러게요. 우리단체는 뭘 할 수 있을까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회는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더욱 진보적으로 바뀌는 정책이 있기도 하지만 새 통치자의 철학에 의해서 좋은 정책이 뒤집히기도 한다. 그러니 혼란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혼란의 중심에 정치를 하는 그들만이 있을 뿐, 나라의 근간이라고 하는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락가락하는  장단에 춤을 추지 않는다고 국민을 질책하기도 한다. 한 쪽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으니 그 10년 전보다도 더 과거로 돌아갈 태세이고, 한 쪽은 50년 투쟁의 역사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갈 태세이다. 살기 어려워 힘든 것도 있지만 어느 구석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나라 정치에 더욱 김빠지고 지친다. 역시 그들만의 리그만 있을 뿐 그 곳에도 국민은 없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무시하는 정도가 지나치다. 왜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냐고 한탄하지만 이 지경이고 보면 그 역시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더 이상 그들의 ‘봉’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일 것이다. 통탄할 일이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내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온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닐 것이다. 이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니, 그저 그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안주하고 정착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안주하는 동안 보이는 성과에 급급해 원칙을 가볍게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어느 때 보다도 전국적으로 내놓으라하는 시민단체의 내부 비리가 들춰지고, 큰 규모의 시민단체가 또 다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오명이 끊이지 않아 시민운동에 걸었던 국민들의 기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 단체가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나름대로 소신을 지키며 활동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힘이 되어준 회원과 지인들이 너무나 고맙다. 그만큼 책임 또한 무겁다. 당당하고 원칙에 충실하게 올해 우리단체 사업을 계획해야 할 때이다.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행복과 고통은 다른 세세한 사건들과 섞여 정교한 무늬를 이루고 시련도 그 무늬를 더해주는 재료가 된다. 그리하여 최후가 다가왔을 때 우리는 그 무늬의 완성을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오래전에 보았던 <아메리칸 퀼트>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우연찮게 읽게 되었다. 영화가 주는 의미와는 별개로 지금 처해 있는 현실과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고민할 때 읽어서인지, 새삼스럽게 감동이 밀려와 함께 나누고자 소개한다. 최후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도 함께 담아본다. 알찬 계획으로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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