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최종우칼럼] 해인사에서의 단상2017-12-01 18:25
작성자 Level 10

“해인사”에서의 단상(斷想)
                                                                      
                                    최종우 회원 문화유산방문교육시민교사  travel123@hanmail.net

울긋불긋한 단풍의 계절이다. 9시 뉴스를 통해 화면으로만 가을을 만끽(滿喫)할 뿐 바쁜 일상에 치여 2010년의 가을 기분 한 번 제대로 느껴 보지 못한 나에게 시민연대에서 정한 문화유산 답사 합천 해인사행은 나를 위한 맞춤형 여행이었다. 
풍광명미한 가야산을 만추(晩秋)의 계절에 볼 수 있다는 들뜬 기분으로 버스에 승차했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으로 다녀왔던 기억이 가물가물한 합천 해인사는 몽고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든 팔만대장경이 있어 유명하다는 정도는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었다. 뒤늦게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문화유산 교육을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직접 다시 보면서 조상님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던 차였다. 지향점이 같은 원주 시민연대 회원들과의 동행은 보너스였다. 
강원도에서 경상남도까지 가는 길은 교통이 발달해 있다 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라 아침 6시에서 저녁 8시까지 차를 타야 했다.  
“左靑龍右白虎”라는 풍수에 걸맞게 양편에 수많은 암자들을 거느린 대형모선의 군함이 나가는 모형의 흐르는 산줄기는 말없이 꿋꿋하게 버티고 서있었다. 해인사 터가 외적의 침입을 막고 생명을 이으며 살아 숨쉴 수 있는 명당자리임을 확인하였다.
건물은 직사광선이 직접 닿지 않게 서남향으로 잡았고, 바닥을 소금, 숯, 횟가루, 모래, 자갈의 순으로 내부 바닥을 차례로 배치하여 대장경 보전유지에 가장 알맞은 평균습도를 유지하여 해충의 침입을 막고, 창문의 크기 모양을 달리하여 자연통풍이 되도록, 모든 경판이 공기와 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건축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따라갈 수 없는 조상님들의 슬기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판 양끝이 뒤틀리지 않게 각목을 붙였고 네 판이 서로 붙지 않도록 귀에는 구리를 장식하였으며 또 전면에 옻칠을 해서 보전하여 아름다움, 정확성, 정교함, 완벽함, 방대함, 완벽 보존상태 등으로 세계 최초(世界最初), 세계 최고(世界最古), 세계 최고(世界最高)의 대장경이 늦은 감이 있지만 세계최고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다행이다. 
해인사를 둘러보며 고운 최치원 신생님께서 거꾸로 꽂아놓았다는 전나무지팡이. 그래선지 밑을 향한 줄기의 나무가 두 그루가 있었는데, 거꾸로의 소나무를 촬영한 동지분. 최치원의 실수를 일부러 흉내 낸 처사가 아닐까? 생각해 보며  동지분께도 효험한 일이 나타나길 기대하는 바이다.

  관광버스가 줄줄이 들어서며 단체손님들을 풀어놓는다. 인파가 끝이 없고 눈에 띄는 많은 외국 사람들을 보며 역시 대 관광지의 명소임을 확인하였다. 산에는 겨울 채비를 하는 단풍이, 길에는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인간 단풍이 내 눈을 어지럽게 한다. 별유천지(別有天地)비인간(非人間)이다. 
원주에도 유명한 치악산이 있고 많은 문화유산이 있다.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라 교통도 가깝고 하건만 관광객의 숫자를 보니 비교가 안 된다.  내가 사는 원주는 얼마만큼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는가?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원주가 역사적으로는 통일신라시대 5소경에 포함되었던  대도시 ‘북원경’이었다, 나중에는 행정의 중심지 ‘원주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항상 변두리는 아니었다.
춘천의 의암 류인석 선생님과 원주의 민긍호 선생님은 동시대의 의병장이었으며, 또 후세에 같은 훈장을 추서 받았던 의병장이었건만 누구는 쓸쓸히 깊은 잠에 들어 있고, 누구는 그 영광이 대단함은 무엇을 말함인가?  의암 기념관을 관람하러 갈 때 쏟아지던 빗줄기가 마치 하소연하던 빗줄기였음 같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하다.  
만일의 화재 시를 대비하여 목조동형상불이 지하 밑으로 들어가게 설계되었다는 말을 듣고 원주에 있는 중요한 국보급의 보물들이 생각났다. 치악산 구룡사가 불에 타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다. 

원주로 돌아오는 길에 눈을 감았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복음 12장 24절-

원주시민연대가 원주 문화재에 관한한 한 알의 밀알이 되었으면 한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