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안수정 칼럼]행구수변공원이 시민의 쉼터로 되돌아오기까지2017-12-01 18:19
작성자 Level 10

행구수변공원이 시민의 쉼터로 되돌아오기까지

안 수 정(회원, 행구수변공원 유희시설 반대대책위)

치악산의 아침햇살이 제일 먼저 비추는 행구동의 옛 이름은 살구둑이다. 살구꽃 향기가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고즈넉한 동네이다. 그래서 종교시설과 교육기관이 공기 좋고 조용한 분위기를 찾다보니 꽤 많은 시설이 입지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2012년 혁신도시가 본격적으로 조성되면 배후지역으로서 기능이 중요한 곳이다. 

원주천 치악교를 건너 봉산동을 지나 본격적으로 치악산으로의 언덕을 오르면서 행구동은 시작된다. 언덕을 올라서면 조그마한 저수지가 있는데 살구둑소류지라고 하기도 하고 행구동저수지라고 하는 저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원주시는 이곳에 2007년 10월 수변공원을 만들기로 하고 그 동안 절차를 밟아 왔다.

2009년 5월 12일에는 토지소유주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원주시가 의욕적으로 사업을 집행하다보니 꽤 많은 예산이 토지보상비로 들어가 수익사업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 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체육진흥기금으로 공모한 레저스포츠시설구축지원에 응모하여 5억원의 기금을 확보하여 20억원 규모의 번지점프, 스캐드다이빙(그물망 낙하시설), 전망대 등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계획대로 시설이 들어선다면 자녀 학습권 침해, 소음으로 인한 주거환경악화, 치악산 조망권 훼손, 혁신도시 및 치악산국립공원 주변 난개발 우려 등이 불을 보듯 뻔하였다.

문제는 건영아파트를 비롯한 원주시민 대다수가 행구수변공원을 생태습지공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주민들 위주로 반대대책위를 구성하고 요목조목 계획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 나갔다. 그리고 시의회 회의록 검토를 통해 이 계획이 의회에서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짚어나갔다. 아울러 이 시설이 굳이 행구동 아파트단지 옆에 세워지지 않고 다른 지역에 세워질 수 있는지도 기금을 지원하였던 문화체육관광부에 질의하기도 하였다. 원주시 담당부서에는 정보공개를 요구하여 기본계획서와 사업진행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어떻게 처리해 갔는지도 살펴보았다. 

처음에 원주시는 애써 일부 지역주민들의 이기주의적 발상이라 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아파트주민들 한분 한분을 만나 계획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반대 서명하여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의 관심을 촉발시키기도 하였다. 원주시는 복합레저스포츠시설이 당초 구상안이었던 기둥 하나의 시설이 아닌 기본계획안이 쌍주로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경관성과 환경성 문제로 인한 공원의 순기능을 해칠 우려가 있어 행구수변공원 내에 본 시설도입을 배제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 시민들의 휴식공간 위주의 공원으로 조성하고,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어린이 전용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고 공식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주민대책위는 환영입장을 표명하고 어린이 물놀이시설, LED갈대등이나 경관조명, 어린이 친환경 무동력 놀이시설 도입, 순수잔디공원 조성, 야외조각공원 조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가 있고 시에 각종 위원회가 있지만 정말 시민들이 시정과 내 주변의 동네일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경제주의적 논리에 입각한 무분별한 개발로 내 삶의 터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반대운동이 원주시의 빠른 결단 속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원주시민연대의 전폭적인 지원과 반대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대안을 지역자생단체와 같이 고민하려 했던 진정성이다. 또한 이에 뜻을 같이 한 참교육학부모회원주지회와 민주노총원주지부와 같은 시민단체의 힘이 컸다. 녹색연합의 조언도 시의적절 했으며 원주의 난개발을 그냥 지켜볼 수 없다는 많은 시민 분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되었다. 진심으로 지면을 빌어서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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