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김진희칼럼]과제앞에 서 있습니다.2017-12-01 18:27
작성자 Level 10


과제앞에 서 있습니다.  김진희(전 원주시민연대 대표, 강원도의원)

<도의원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훌쩍 지나간 걸 보니 4년 세월이 금방 간다는 것이 딱 맞는 말이었습니다. '도의원 해 보니 어때요?' 1년을 되돌아보며 회지 원고를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겁도 덜컹 나고, 숨을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원고 마감일을 훨씬 넘겨서야 글을 정리하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의원과 의회의 경계선에 서 있습니다.
현재 강원도는 여전히 소득수준에 따라 학교급식비가 지원되고 있습니다. 예산의 50%를 분담하고 있는 도교육청 예산은 단 한 푼도 삭감되지 않았지만 도의회가 저소득층 지원 대상을 2배로 확대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서 예산을 통과시켰기 때문입니다. 강원도처럼 재정이 어려운 곳에서는 무상급식이 호사스러운 정책이라는 도의원들의 무상급식 반대이유는 스스로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지루하고 힘겨운 싸움 끝에 남아 있는 것은 타협과 합의를 통해서 결정된 사항이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었습니다.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도의원 김진희가 있었습니다.

일명 수학여행비로 불리는 현장체험학습비 지원을 위한 조례를 다루는 과정도 비슷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설득력도 없고 논리도 없이 그저 교육감의 정책을 반대하기 위한 '땡깡'처럼 보였습니다. 밤을 새워가며 안건은 심의되었지만 9명의 상임위원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교육의원과 한나라당 의원은 다수의 논리로 기존 지원 대상조차도 축소하는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아무리 타협과 합의가 중요한 의회의 가치라고는 하지만 번번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은 좌절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할 본회의는 사전 심사된 안건의 이의여부만 확인한 채 의사봉이 두드려지는 도의회 운영의 오랜 관행이 있었습니다. '이의 없습니까?'라는 물음에 '이의 있습니다!'를 당당하게 외치지 못하고 고개 숙인 도의원 김진희가 있었습니다.

타협점을 찾아 합의하지 못하고 다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도의회의 구조와 철학과 소신을 갖고 의정활동을 해야 하는 도의원의 역할과의 경계선에 서 있습니다. 

깨져야 할 관행 앞에 서 있습니다.

42명의 도의원과 5명의 교육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8대 도의회는 상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구성을 놓고도 파행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도의회 개원 이래 한나라당이 90%를 점유하고 있던 도의회는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서 42명의 도의원 중 22석의 한나라당과 15석의 민주당 5석의 무소속으로 힘의 균형을 바라는 도민들의 바램으로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 못한 소수당으로서의 한계는 1당 중심의 도의회 운영구조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적선하듯이 부의장 자리를 민주당에게 내주고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였습니다. 다수당의 횡포는 의사결정구조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수당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유치하고 추잡스러운 야합만이 있었습니다. 

도민의 오랜 염원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면에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6월 1회 추경예산을 다루는 과정에서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한 도의원 10명의 여비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로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지원을 통해 참가하는 의장을 비롯한 7명의 도의원이 도민들과 함께 유치를 염원하는 행사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예산낭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게다가 7월 5일부터 도의회 정례회가 개회하는데 17명의 도의원이 없는 상태라면 더욱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책상 앞가림판 설치를 위한 예산, 혁신학교를 확대하기 위한 예산, 교교평준화 도입과정에서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 예산 등이 가차 없이 삭감되었습니다. 제1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사안에 동의할 수 없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의견을 묻기로 하고 도의회 개원 역사상 처음으로 찬반 토론을 거쳐 표결처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결과는 패배입니다만 본회의를 토론의 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출발이었고 의원들 스스로를 본회의장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오랜 관행을 깨는 시작이었다는 측면에서는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7월 정례회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다수당 중심의 의사결정구조의 문제와 도의회 운영의 건강한 파트너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며 고뇌 끝에 제2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사퇴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잘못된 관행에 도전하고 다수당의 결정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민주당 소속 도의원을 길들여보겠다는 다수당의 횡포에 지금도 당당히 함께 맞서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20여년 동안 조직생활을 해왔지만 도의회라는 새로운 조직생활은 그리 녹녹치만은 않습니다. 한편으론 언제까지 적응 못하고 있다는 넋두리만 할 수도 없는 시점입니다. 앞으로 깨야할 관행이 너무 많이 남아있습니다. 단체활동 하면서 가장 많은 문제로 제기 되었던 의원 해외연수도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며 예산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방법으로 개선해야하고 의장단 선거도 소신껏 의회의 수장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지방자치제도가 주민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입니다.

무엇보다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당당하게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내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회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의정활동을 위해 다시 1년을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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