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덕수칼럼]지금 우리의 시대정신은 무얼까?2017-12-01 18:27
작성자 Level 10

나이가 나이인지라(?) 요즘 애경사에 쫓아다니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굳이 따지자면 경사보다는 애사가 많은 편이다.  경사는 내가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대부분이어서 가급적 고사하는 편이지만 애사는 아주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웬만하면 참석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나 진정 내 가슴속에 남아 있는 분들과의 이별자리엔 웬일인지 선뜻 발걸음을 내기가 쉽지 않다. 

몇 년전에 돌아가신 동료교수가 병원에 머물렀던 마지막 두 주 동안 거의 매일 병원 복도에서 살다시피 했었는데 정작 발인식엔 참석하지 못했었다. 장례위원회에서 내게 추도사를 부탁해 왔었는데 그 역시 내 손 끝에서는 단 한 줄도 나갈 수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때에도 분향소 지키며 한 밤중 봉하마을을 오가다가 정작 시청앞 노제엔 갈 수가 없었다.  차마 그를 마음속에서 보낼 수가 없었으므로... 나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끼쳤던 많은 분들이 최근 몇 년 동안 한꺼번에 이 세상과 이별하였다.  김수환 노무현 김대중 박완서 법정 이청준... 또 나의 대학 연애시절을 맑게 해 줬던 이해인 수녀님이 투병중이시라 하시고... 시대정신을 온 몸으로 보여주셨던 분들... 그 분들을 떠올리노라니 참으로 생각이 많아진다.

네이버에서 시대정신(Zeitgeist, 時代精神)을 검색해 보니 ‘각각의 시대에 널리 퍼져 있는 정신적 경향, 요컨대 그 시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적 태도나 양식(樣式) 또는 이념이며 1769년 독일 헤르더가 처음 사용한 이래 괴테를 거쳐 헤겔에 이르러 역사적 과정과 결합한 보편적 정서, 민족정신과 결부된 현대적인 개념으로 정착되었다’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시대정신은 어떤 것일까?  그 정신이 있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그 시대정신이 올바르게 발현될 수 있는 것일까?

수십조원이 소요되는 토목공사가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고, 민주정부 10년동안 제 자리를 찾아가던 언론과 검찰이 절대권력에 의해 철저히 장악되고, 부산의 크레인 위에서는 200일 넘게 홀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다이내믹한 이 땅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그저 남의 일인양 뒷짐지고 무념의 눈으로 바라봐야만 하는 걸까?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혜안은 진정 없는 걸까?  

우리나라보다 인구 많은 나라중에서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더 많은 나라를 세어보니 다섯 손가락을 겨우 넘어갈 정도로 우리나라의 국력과 생활수준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 속에서 여전히 시대정신을 갈구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사실의 방증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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