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우직하게 신축년 한해를 맞이하며>

–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

기후온난화로 초래된 대전염병 사태인 코로나바이러스로 시작해 코로나바이러스로 끝난 한해가 지나가고 어느덧 새해가 밝았다. 원주는 지난 2020년을 끝으로 근현대사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들이 하나 둘 마무리되면서 옛날 남한강 르네상스를 구가했던 문예부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1월 5일이면 중앙선 치악산 철로대신 백운산 밑으로 제천까지 고속철도가 새롭게 뚫리고 내친 김에 이 열차는 단양, 영주를 거쳐 안동까지 내달리고 2022년 말이면 부산까지 한걸음에 고속철도로 연결되게 된다. 한반도의 백두대간을 따라가며 저 남쪽 끝 제2의 도시 항구 부산에 내딛게 되며 원주는 한반도 철도와 육상교통의 허브도시로 한걸음 내딛게 된다.

1950년대 초반 1군사령부와 함께 자리 잡았던 미군부대 캠프 롱이 오랜 시간 끝에 다시금 시민의 품으로 올곧게 돌아왔으며 그 자리에 원주 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줄 국립과학관이 유치되는 겹경사를 맞이하게도 되었다.

치악산 자락 혁신도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섬강변 기업도시도 오랜 대공사 끝에 대역사를 마치고 이제 정주도시로서 발전가능성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변화 속에서도 교통의 요지라서 발생하는 대전염병의 발병률이 타 지역을 훨씬 능가하였다. 휴일도 반납하고 전염병과 사투를 벌인 방역진과 의료진, 공직자들에게 아낌없는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전염병의 위험 속에서 물리적인 도시의 밀집도를 낮추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중앙근린공원의 조성, 치악산 둘레길과 원주굽이길의 완성, 원주천 국가하천 승격에 따른 친수공간 조성, 우산천 자연하천 복원 등도 도시의 밀집도를 한층 낮추고 도심 속에 자연이 같이 위치하게 하는 대표적인 일이 되었다.

더 크고, 더 많고, 더 높고, 더 빠른 것을 추구했던 지난날들의 허상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으로 한 순간에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지역에서의 로컬적인 삶의 방식이 새롭게 조명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역화 시대 외부로의 지역의 메시지 송출이 중요한 시기, 공영방송인 KBS는 원주 방송국의 폐쇄라는 경제적인 효율성만을 따지는 선택을 지역에 강요하였다. 점점 늘어나는 고령인구와 빈부격차의 심화, 세대 간의 갈등, 소외계층의 인권과 복지 소외문제 등등 원주를 둘러싼 문제들도 점점 더 늘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잘 버티고 이겨내 2021년 소의 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농경사회에서 가장 우직하고 인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살아왔던 소의 모습에서 우리의 신년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2020년 여름 폭우에 섬진강에서 벌어졌던 소들의 구사일생적인 복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엄청난 강물 속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었지만 끝까지 생을 포기하지 않았던 우직한 소의 모습에서 우린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많은 갈등과 소모적인 경쟁 속에서 더욱 더 공동체의식이 절실한 시대, 소는 우리에게 어떤 삶의 자세를 말하고 있을까? 소는 죽에서도 모든 것을 다 인간에게 준다고 한다. 2021년, 질병 앞에서 자국 이기주의가 더욱 팽배해 질 것이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패권 또한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올해는 그런 세상에서 소의 우직함으로 한발 한발 걸어가는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때이다. 열심히 버텨댄 원주시민, 2021년에도 건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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